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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 정글 회고: 입학 시험 & 0주차

크래프톤 정글

개발자로 전직하기로 생각을 꽤 오래 해왔었는데, 개발에 대해 실질적으로 아는 것이 없다 보니 기본기를 쌓는 것이 오래봤을 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기본기를 위해 개인적인 학습을 했었지만, 맨땅에 헤딩하기엔 용어부터 개발환경, CS지식 등 모든 것이 부족한 상태였다. 정글에서의 5개월이 끝난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그 시간동안 엄청난 전문가가 되었다거나, 전공자에 준하는 지식과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거나 생각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내가 어떤 부분에서 부족한지, 그리고 어떤 것들을 채워나가야할지에 대한 이정표가 된 기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정글이라는 부트캠프는 전부터 알고 있었다. 군생활 중 알게 된 후임이 네이버에서 인턴을 했는데, 그 친구에게 추천을 받아보니 자기 동기가 정글을 수료했는데 본인도 커리큘럼을 보니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후임은 무려 서울대 컴공 인데, 이 때문에 괜히 믿음이 갔던 것 같다. 이로 인해 시기 적절하게 정글 시작 시기에 맞추어 다니던 회사를 퇴사했고, 지원을 했다.

준비

자기소개서를 보내면 입학 시험 관련 메일이 온다. 시험 준비 자료가 제공되며, 이에 따라 실습을 하며 시험을 준비하는 형태이다. 내 기억으로는 약 2주간의 시간이 주어지지만, 해당 시기가 시험기간과 맞물려 첫 주는 준비를 잘 못했었는데, 어찌저찌 붙은 거 보니 입학 시험은 사실 개발을 해보지 않은 사람(나)도 해낼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인 것 같다. HTML, CSS, JavaScript를 사용하는 시험인데, 솔직히 말해서 많이 부족했다. 그래도 사전에 제공된 자료 덕에 대부분의 요구사항은 완료할 수 있었어서 어찌저찌 붙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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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에 붙고 나면 면접을 보는데, 이 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꽤 잘 본 것 같았다. 시험 때 구현하지 못 한 부분들을 시간을 들여 다시 해보려고 노력했던 것을 좋게 봐주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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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

입소 준비물 관련 메일이 왔는데, 솔직히 걱정이 앞섰다. 군 생활 이후로 누군가와 같이 지내본 적이 없어서 예비 룸메이트가 나랑 안맞으면 어떡하지…싶기도 했고, 편한 집이 아닌 다른 데서 지낸다는 것 자체가 걱정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룸메를 굉장히 잘 만났던 것 같다. 물론 정글 동기들 모두 괜찮은 사람들이었지만, 그 중에서 이렇게 성격이 좋은 룸메이트를 만났을 수 있을까 싶다.

크래프톤 정글에 관심이 있는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자면, 필수로 챙겨가야 할 것은 다음과 같다:

  • 노트북 및 PD 충전기
  • 키보드와 마우스
  • (노트북에 HDMI포트가 없다면) 멀티포트 어댑터
  • 생수
  • 베개
  • 공책
  • 편한 옷
  • 세면도구
  • 샤워용품
  • 드라이기

이 이외에 생각나는 게 당장은 없는데, 이정도면 충분하다. 바꿔 말하면 위의 것들은 필수이다. 잠 자는 시간 외에 거의 모든 시간을 교육관에서 학습을 하며 보내기 때문에 생각보다 기숙사 용품에 필요한 것은 없다. 운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있긴 해서, 운동을 좋아하거나 나처럼 나이들어서 생존용으로 해야 한다면 운동용 의류와 신발을 챙기면 좋다.

0주차

기숙사에 짐을 풀고 입소식을 끝내면 바로 조가 만들어지며 0주차가 시작된다. 이 때 같은 팀으로 매칭된 사람들이 동욱님과 성준님이었다. 이 당시의 나의 개발 능력은 한없이 0에 수렴했기에 팀원들이 고통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다행히 두 분 다 성격이 너무 좋으셨다. 동욱님은 거의 혼자 이것저것 다 하셔서 짜증났을 법도 한데 그래도 잘 설명해주시면서 중심을 잡아주셨고, 성준님도 꽤 많이 하셨는데 본인은 뭘 안했다고 하신다. 그래도 못한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안 하는 건 내 성격에 맞지 않아서 HTML과 CSS부분이라도 최대한 해보려고 했는데, Bulma를 쓰는 과정에 있어서 무언가가 잘 안됐다. 0주차는 총 3일간 진행됐는데, 둘째날과 셋째날에 밤을 샜다. 밤을 새고 잠시 눈을 붙이려고 기숙사에 들어가는데, 이 길이 내 길이 맞는지, 내가 5개월동안 진도를 따라갈 수 있을지, 등등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고 자존감이 굉장히 낮아졌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별 거 아닌 과제였지만, 당시에는 진짜 너무 힘들었어서 팀원들이 아니었다면 이 때 무너졌을 것 같다. 막상 발표할 때 보니 못 끝낸 조들도 있었어서 그렇게까지 스트레스 받을 일이었나 싶긴 한데, 막상 완성을 하니까 한 건 없지만 뿌듯하긴 했다.

양심적으로 개발에 기여한 바가 팀원들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에 PPT같은 건 모두 맡아서 했다. 할 수 있는 부분에서라도 기여해야지…

FitFri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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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으로 내 이름은 마지막에…

우리의 0주차 미니 프로젝트는 FitFriend라고, 아이디어는 내가 제시했다. 정글에 입소하기 전부터 영상들을 봤기 때문에 0주차에 바로 미니 프로젝트로 웹 서비스를 진행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입소 전부터 어떤 서비스를 할지에 대해 생각해봤고, 개인적으로 운동을 생존용으로 꾸준히 해왔기에 같이 운동할 인원을 모집하는 일종의 캘린더를 하는 것은 어떨지 팀원들에게 제안했다. 다들 괜찮다고 생각했는지, 그대로 진행하게 되었다.

구현할 기능들은 회원가입과 로그인, JWT를 사용한 토큰 인증, CRUD, BootStrap 이외의 CSS 프레임워크를 사용한 스타일링 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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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이 UI를 사용하여 세션을 등록하면 캘린더에 보이고, 이를 눌러 다른 사람이 해당 세션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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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면 하염없이 볼품없지만, 뭐가 됐든 내 첫 협업 경험이였으며, 첫 서비스였기 때문에 마음에 든다!

마무리

0주차의 발표가 끝나고 회식이 있었다. 그렇지만 이틀 간 밤을 샌 나는 기절해버렸다. 잠시 눈만 붙일 생각이었는데 진짜 새벽 12시에 깨버렸다… 다행인 것은, 회식이 필참은 아니었고 사람들이 서로 몰랐던 시기였기에 내가 없었던 것도 몰랐다는 것이다 존재감이 없는 사람. 어찌저찌 0주차를 마무리 했어서 기분이 들떠있긴 했고, 다음 주가 두려워졌던 3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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